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공급부족 우려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62달러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석유개발 투자 부진과 중국의 수요 회복 등으로 인해 앞으로 유가가 작년과 같은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침체로 에너지 개발 투자가 급감하면서 3년 내에 석유가격 급등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석유업체와 투자자들은 하루 2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금액인 1천700억달러 가량의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또 업체들이 관련 지출을 삭감하면서 하루 420만배럴의 석유 생산과 맞먹는 규모의 투자가 최소한 18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현재 소비 감소로 인해 전세계 원유 공급이 남아도는 상황이지만 일단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수급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고서는 또 지연 또는 취소된 석유개발 프로젝트가 대부분 캐나다와 같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에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국가의 석유는 OPEC 회원국보다 개발에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일단 올해는 석유수요가 작년보다 3% 감소한 하루 8천300만배럴로, 30년 만에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의 에너지 소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개발이 쉬운 곳에 매장된 석유는 대부분 개발됐다는 이유를 들어 몇 년 내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작년과 같은 급등세가 다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제임스 해밀턴 교수는 이날 미 의회 증언에서 지난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147달러까지 끌어올렸던 똑같은 요인들이 쉽게 재연될 수 있다면서 이는 전 세계 경제의 회복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밀턴 교수는 지난해 고유가가 미국 경제의 어려운 상황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유가 상승의 원인이었던 생산 정체와 중국의 수요 급증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과 여타 지역의 수요가 최근의 증가율을 회복한다면 2007∼08년과 같은 유가 급등세가 재연,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미국 석유재고 감소 소식으로 인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2달러를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장중한 때 배럴당 62.14달러까지 상승해 작년 11월11일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