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불안지수, 8개월만에 30선 붕괴

미국 경기의 바닥 통과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작년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각종 금융.실물 지표들도 점차 호전돼 위기 이전 수준을 속속 회복하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 등 주요 지표가 아직 크게 악화된 수준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최근 뉴욕증시의 주가 상승에 이어 미국 증시의 불안지수가 급락해 금융위기 발발 당시의 수준을 회복했고 자금시장의 기준 금리인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도 크게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에는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증자와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살아나고 실물부문에서도 일부 지표들이 호전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금융시장에 따르면 증시의 불안지수 또는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는 이날 장중 28.88까지 떨어져 작년 9월19일 이후 처음으로 30선이 무너지면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증시의 변동성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의 불안감이 커져 주가가 급변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작년 9월15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전에 VIX 지수가 40을 넘었던 경우는 지수산출 시작 이후 19년 동안 단 4차례뿐이었고, 열흘 이상 40을 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금융위기가 터지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VIX지수는 가파른 상승을 보였고, 작년 10월24일에는 89.53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VIX 지수의 급격한 하락은 지난 3월초 이후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그만큼 안정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 자동차 업체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과 금융회사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등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견조한 상승국면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기초가 탄탄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VIX 뿐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빚어진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인해 급격히 치솟았던 리보도 크게 하락했다.

이날 3개월 달러 리보는 0.75%로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전날 하락분까지 합치면 이틀간 0.07%포인트가 하락해 1월13일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신용경색의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로 3개월물 미 국채 수익률과 리보의 격차를 뜻하는 TED 스프레드는 0.57%포인트로 0.05%포인트 낮아지면서 2007년 8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리보-OIS(초단기대출금리)간 스프레드도 0.03%포인트 하락한 0.55%로 작년 2월26일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 증시의 주가도 아직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지만 지난 3월9일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꾸준한 상승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유동성 위기에 몰려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던 금융회사들이 이를 상환하겠다고 나선 것도 금융시장에서는 위기극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초 뉴욕의 시그너처뱅크 등 4개 소형은행이 정부 구제금융 자금을 상환한 데 이어 이날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도 정부 지원자금의 상환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밖에도 금융위기로 인해 얼어붙었던 IPO(기업공개)가 재개됐고 주식과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자금조달 기능도 되살아나고 있다.

실물부문에서도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5월 주택시장지수가 16을 기록, 2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고 미국 뉴욕지역의 5월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도 작년 8월 이후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금융위기 발발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지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