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9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에 탄력을 주기 위해 대대적인 소비 진작책을 내놓았다. 가전제품 구매 때 보조금을 주는 지역을 농촌에서 도시로 확대하고 자동차를 신차로 바꿀 때 보조금도 현재의 5배인 50억위안(9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국무원(중앙정부) 상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비 진작책을 승인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우선 베이징 상하이 톈진 장쑤 저장 산둥 광둥 푸저우 창사 등 9개 성과 시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등 5종의 가전제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소비자들에게 판매 가격의 10%를 보조금으로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 재정에서 20억위안(3600억원)의 예산을 배정키로 했다. 대도시로 소비 진작책을 확대해 농촌에서 실시하던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 덕에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 증가세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중국의 소매 매출은 가전제품 및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14.8%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경공업 육성 대책을 발표하는 등 소비 진작책의 수혜를 중국 기업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산업 정책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 대책은 향후 3년간 경공업 분야 신규 일자리 300만개를 창출하고 인수 · 합병을 통해 연매출 150억위안(약 2조7000억원) 이상인 업체 10개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경공업 특구 및 산업 단지 100개,독자 브랜드 100개를 육성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경공업 업체들은 대부분 수출업체여서 이번 금융 위기에 큰 타격을 받았었다.

중국 정부는 또 이번 소비 진작책을 통해 오래된 차량의 신차 교체를 유도함으로써 자동차 소비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총 10억위안(1800억원)이 배정된 신차 교체 보조금을 50억위안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화물 트럭이나 버스를 조기에 폐차해 신차로 바꾸거나 배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승용차를 폐차,신차를 구입할 때 보조금을 받게 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배기량 1.6ℓ이하인 소형차 구매시 세금 감면 등에 힘입어 올 들어 자동차 판매가 미국을 제치고 4개월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잇따라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시장은 이번 신차 교체 보조금 확대 정책으로 더욱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신차 교체 보조금 확대 정책은 소비 진작뿐 아니라 에너지를 절감하고 환경 오염을 줄임으로써 순환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