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한국경제TV 창사 10주년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한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 회장은 창립자인 템플턴 경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어느 날 젊은 여성이 템플턴 경에게 질문했다. “최근에 유산을 상속 받았습니다. 언제 투자하는 게 적당할까요?” 템플턴 경의 대답은 다소 엉뚱했다. “투자의 최적 타이밍은 돈이 있을 때입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금융시장에서 투자 타이밍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절대적인 저점과 고점은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모비우스 회장은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투자 시점보다는 투자 대상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황은 결국 호황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자산 거품을 유발하는 게 순리”라며 “다만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볼때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마켓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아 보인다”고 말했다. 부채비율과 물가 외환보유액 등 모든 측면에서 이머징마켓이 선진국보다 우량하다는 진단이다.

이머징마켓의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만큼 내수 잠재력이 크다는 뜻. 모비우스 회장은 “중국의 세탁기 보유비중은 지난 10년간 빠른 속도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50%를 밑돈다”며 “자동차 보유비중도 아직 낮은 수준이어서 최근에 중국 자동차주식을 많이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머징마켓 국가의 금리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내수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머징 마켓이 수출 지향적이어서 이번 금융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그는 “중국이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과 인도의 수출 비중도 각각 57%와 24% 정도로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100%를 훌쩍 넘는 싱가포르 홍콩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수출 부진으로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1988년 이후 이머징마켓의 시장 흐름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발견된다고 모비우스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약 20년 동안의 시장을 살펴보면 강세장은 평균 18개월 지속된 반면 약세장은 5개월에 불과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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