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사공일 한국 무역협회장의 사회로 세계 경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제임스 맥코맥 피치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푸핀더 길 시카고 상품거래소 사장,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등이 참여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토론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에서 더 나아가 경기후퇴를 경험하고 있다"며 "디플레 압력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사공 회장=대공황 이후 10번 정도의 경기침체가 있었다. 평균 10개월에서 최장 16개월까지 지속됐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17개월째다. 미국 경제가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크루그먼 교수=불황의 끝이라는 의미에 대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정의상으로는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기 시작하면 불황이 끝났다고 한다. 즉 모든 지표가 하락하지 않는 상태를 불황의 끝으로 본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V자형이 나타나지 않았다. 산업생산이 회복된다고 해도 실업률은 높아지곤 했다. 2000년대 초를 보면 8개월 만에 생산이 회복하긴 했지만 실업률은 2003년 초까지 상승했다. 조만간 산업생산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노동시장은 계속 악화될 것이다. 경기침체가 2009년 9월에 종식된다 해도 노동시장의 악화는 2013~2014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맥코맥 이사=나는 요즘을 경기침체라고 보지 않는다. 더 심각한 국면이다. 대차대조표상에서 경기후퇴가 일어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에게 묻겠다. 과거 잃어버린 10년 시절 일본은 디플레가 심각했다. 미국에 디플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크루그먼 교수=요즘 상황을 보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오히려 나았다. 심각한 경기후퇴와 실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전례없는 경기후퇴다. 미국의 아웃풋갭(장기 추세성장률과 현재 성장률의 차이)이 GDP 대비 17% 수준으로 매우 높다. 디플레 압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박 교수=세계은행은 지난해 10월 재정정책이 신흥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 4월에는 재정정책이 효과있는 정책수단이라고 했다. 굉장히 혼란스러운데 재정정책이 정말 유효한 수단인지 묻고 싶다.

◆크루그먼 교수=선택의 여지가 없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인 상태에서 더 이상 통화정책이 먹힐 수 없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황 회장=한국은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을 발효시켰다. 금융시스템이 선진국만큼 발전하지 않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금융산업을 육성하면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나.

◆크루그먼 교수=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2005년 현대적 금융시스템과 기법을 통해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강조했었다. 한국의 경우 금융시스템을 계속 육성해야 겠지만 그린스펀 의장의 말을 지나치게 믿으면 안될 것 같다.

◆사공 회장=폴 새뮤얼슨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데는 정확하다고 이야기했다. 크루그먼 교수의 전망이 맞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경고의 말을 해주셨는데 글로벌 리더들이 잘 듣고 공조 노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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