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하나된 인류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특별연설에 이어 앤드루 고워스 전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국장과 가진 일문일답을 통해 세계 경제 비관론과 관련,"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의 공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들이 따를 수 있는 표준이 필요하다. 이를통해 세계 각국이 금융 투명성을 높이고 상호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논의한 뒤 금융규제를 어떤 방향으로 할지 고민해야 한다. "

▼세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가.

"맹목적으로 보호무역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선진국들이 무역 장벽을 감축해나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이 지금처럼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지속적으로 각국이 공조 관계를 유지해 가야 한다. "

▼대통령 재임 때와 비교해 현재의 남북한 관계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나.

"북한은 중동과 비슷하다. 주변 상황은 급변하는데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 북한은 권력을 잃어버릴 것 같으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북한에 강경 대응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되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기후변화 협약 개선 방안은.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 상원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포기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비록 상원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미국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뿐 아니라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미국은 단지 교토의정서를 통과시키는 것뿐 아니라 시장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

▼다시는 1990년대 초 · 중반 같은 황금의 시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대통령 재임 시절 운이 좋았다. 정보기술(IT)이 고용을 창출했고 자유무역이 활발했다. 하지만 의료보험이나 교육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았다. 제대로 된 이민정책도 없었다. 예측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만들어 제대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난 몇 달 동안 있었던 일 중 가장 희망적인 것은 무엇이었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꼽을 수 있다.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 대통령이고 더 이상 유럽계 백인이 주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또 미국에서 이슬람인들도 늘고 있다. 그들은 테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세계가 테러나 전쟁 등으로 좌절하면서도 화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