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효율적인 회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빌 게이츠에 이어 2001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이끌고 있는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 · 53)는 참석자들이 모르는 새로운 내용을 들고 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토의하는 것은 더 이상 생산적인 회의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17일자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인내심이 없는 만큼 회의에서 토론할 자료를 사전에 받아 이를 꼼꼼히 읽어 본 뒤 회의에서는 몇 가지 질문만 한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프로젝터나 슬라이드를 이용해 프레젠테이션하지 못하도록 최근 2~3년 새 MS 회의 문화를 확 바꿨다고도 했다. 소프트웨어처럼 이른바 회의문화 버전도 업그레이드시킨 셈이다.

발머 CEO는 "조직원들로부터 최상의 것을 얻기 위해선 얘기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얘기를 CEO가 경청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느끼도록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회의 참석자들이 안건에 집중해 토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MS의 경영 전략은 이런 과정을 통해 수립됐다.

그는 회의를 포함한 기업 문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효율성'을 꼽는다. 효율성 위주의 기업 문화를 도입해야만 무엇이 중요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기술이 복잡해지고 고객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경영 환경에서는 효율을 중시하는 회의를 통해 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머 CEO는 "위대한 기업 지도자는 '사고(thought)의 리더십'과 '사업(business)의 리더십'을 동시에 갖고 조직을 관리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예전에 비해 새로운 경영환경 흐름을 읽어 낼 수 있는 자질도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직원의 자질로는 명석한 두뇌와 열정을 들었다. 발머 CEO는 직원을 채용할 때 예전에 했던 일 중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꼭 물어본다. 관련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한다면 그 직원은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던져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이 있는지 여부를 인력 채용시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는 것이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아이디어를 내는 전략가라면,스티브 발머는 그 전략을 성공으로 만든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