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경제가 공황 상태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L자형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나는 비관론자"라고 전제한 뒤 "최근의 일부 경제지표 호전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없으며 세계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약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L자형 궤적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계경제가 공황 수준의 침체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바닥 상태에서 약간의 반등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세계경제, 패닉 없지만 L자형 침체 가능성"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유명 칼럼니스트인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경제신문 등 한경미디어그룹이 한국경제TV 창사 10주년을 맞아 18,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하는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17일 방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했던 모든 경기 침체는 수출 붐을 통해 종식됐다"며 "하지만 이번 경기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수출할 대상을 다른 행성에서 찾아야 할 정도로 수출 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독일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내부 시장에 문제가 없더라도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이 위축돼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때에 비해 훨씬 견고해졌고 재정 상태도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수출주도형 국가인 만큼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켜갈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위기대응책에 대해 "대체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규모나 강도가 약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경기부양책에 일부 문제가 있지만 빨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크루그먼 교수 외에 노버트 월터 도이치뱅크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제임스 맥코맥 피치 아시아국가 신용등급 담당이사,마누 바스카란 센테니얼 그룹 이사 등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이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잇따라 입국했다.

김동욱/유창재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