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쌀 조기 관세화'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쌀 조기 관세화란 2014년까지 시장 개방을 보류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바꿔 관세를 매겨 쌀을 자유롭게 수입하자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산하 민간 합동기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주최로 18일 '쌀 조기관세화의 실익 검토를 위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쌀시장 조기 개방 왜 나오나

우리나라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부문 협상에서 2004년까지 쌀시장 개방을 보류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어 2004년엔 주요 쌀 수출국과의 협상을 통해 또다시 개방 시점을 10년 뒤인 2015년으로 미뤘다. 즉 2014년까지는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대신 시장 개방을 10년간 미루는 조건으로 5% 관세가 부과되는 '의무수입물량'(MMA · 해외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을 매년 2만347t씩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쌀 '의무수입물량'은 2005년 22만5575t을 시작으로 매년 늘어나 2014년에는 40만8700t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물량은 2015년 시장을 개방한 후에도 계속 수입해야 한다. 만약 2015년 이전에 쌀시장을 개방하면 '의무수입물량'은 시장 개방을 시작한 해의 직전 연도 물량만 수입하면 된다.

당시 쌀시장 개방을 미룬 것은 미국 태국 등지의 쌀에 비해 국내산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개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국제 쌀값 올라 시장 개방해도 유리"

문제는 최근 국제 쌀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데 있다. 2004년 국제 곡물시장에서 t당 405달러에 거래되던 미국산 쌀 가격은 현재 1100달러가량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쌀시장을 개방할 경우 수입쌀에 400% 안팎의 관세율을 매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시장을 개방해도 수입산 쌀 가격이 국내산 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시장 개방을 미룬 채 5%의 저율 관세를 부과하는 의무수입물량만 계속 늘어나는 구조는 농민이나 소비자에게 손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당장 시장을 개방해도 높은 시세 때문에 외국산 쌀이 수입되지 않을 것이고,이에 따라 의무수입물량이 더 늘어나기 전에 시장을 개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장태평 장관이 최근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쌀을 지금 관세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도 당장 내년에 쌀시장을 개방할 경우 의무수입물량 수입 및 관리비용 등이 향후 10년간 1800억~3700억원가량 절감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쌀시장 조기 개방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는 수급이 약간만 불안정해도 가격이 크게 변한다고 전제하고 대만이 2003년 조기 개방을 한 후 자국 내 쌀 농가가 붕괴됐으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시장 안정 및 농가 피해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들과 일부 국회의원도 반대하고 있어 조기에 개방될지는 불투명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의무수입물량에 대한 계약이 이뤄지는 9월 이전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