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유동성이 물가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1~2년 이내에는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7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 단저 장고(短低 長高)'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 통화량과 인플레이션 간 상관관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본원통화 증가율이 다른 주요국보다 낮다는 점을 꼽았다.

작년 4분기 이후 본원통화 증가율이 22.3%로 유럽(31.3%)이나 중국(26.0%)보다 낮고 미국(8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 원활히 돌지 않는 신용경색 현상으로 본원통화 증가분이 전체 시중유동성 증가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외환위기 이후로 통화증가율과 인플레이션의 상관 관계가 크게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증가율이 3.6%로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상한(3.5%)을 웃도는 것은 환율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작년 4분기 이후 환율상승이 물가를 약 2%포인트 높였다"고 추정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유가 급락 등 물가안정 요인이 있었지만, 환율이 모두 상쇄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높아지더라도 당분간은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것"이라며 "이는 총수요가 경제의 공급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게 유지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런 격차가 메워지려면 1~2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환율도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유가 급등과 같은 특별한 충격이 없는 한 물가상승 압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막대한 유동성이 증시나 부동산시장 등으로 유입되면서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면 현재의 늘어난 통화량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통화환수 수단 및 여력을 상시 점검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근거해 통화 환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