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을 선정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9~10개 대기업그룹을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체결 대상으로 올려놨으며 이번 주초에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들 그룹에 대해서는 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500억 원 이상인 430개 개별 대기업에 대해서도 이달 말까지 신용위험 평가를 끝내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재계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대기업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 이달내 대기업 옥석구분 마무리
채권단은 45개 대기업그룹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 대상을 이번 주 확정하고 이달 말까지 약정을 맺을 예정이다.

현재 9~10개 그룹이 약정 체결 대상으로 잠정 결정됐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10여 개 그룹이 약정을 맺게 될 것"이라며 "재계에서 업종 특성상 고환율과 고유가로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곳은 제외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어 이를 감안해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금융권 여신이 500억 원 이상인 개별 대기업 가운데 기본평가에서 불합격된 430곳에 대해 세부 평가를 하고 있다.

이중 절반은 오는 20일까지 세부 평가를 끝내고 나머지는 이달 말까지 평가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애초 개별 대기업에 대해서는 6월까지 세부 평가를 할 예정이었지만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앞당겨 평가를 끝내도록 채권단에 주문했다.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별로 담당 대기업들로부터 재무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점검하고 있으며 임원진 면담도 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 평가에 전력을 쏟고 있다"며 "심사 대상이 많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6월 초가 돼야 평가가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대기업 평가가 끝나는대로 6월에 금융권 여신이 50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도 평가해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 대기업 구조조정 고삐 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유동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대기업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고삐를 바짝 죄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번 주부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야 하는 대기업 그룹들과 비핵심 계열사나 자산 매각, 증자 추진 등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협의를 한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대우그룹도 미리미리 준비했다면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건지려다 전부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며 아까운 기업부터 먼저 팔아야 한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김 원장은 "개별 대기업도 엄격한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되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지표가 최근 개선 조짐을 나타내자 구조조정을 고민하던 일부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기업그룹들은 비핵심 계열사를 팔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사모주식펀드(PEF)를 통해 대기업들이 내놓은 계열 기업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 채권단-대기업 줄다리기
그러나 재계가 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채권단과 대기업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이행하는데도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애초 채권단은 이달 초에 약정 체결 대상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늦어지고 있다.

재계가 일부 업종은 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대기업그룹은 이미 자체적으로 재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약정 체결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지가 관건"이라며 "약정 체결 대상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약정 내용을 놓고 채권단과 대기업그룹 간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1~2개 그룹은 약정 체결이 다음 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과거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렸다가 유동성이 악화한 대기업그룹에는 비핵심 계열사와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과 같은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요구하기로 했다.

약정 체결을 거부하거나 약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신규 여신 중단이나 기존 대출금의 회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압박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