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2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진행되면서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2월 10일 취임한 윤 장관은 '솔직함'과 '변칙이 아닌 정공법'라는 두 가지 신조로 숱한 위기를 헤쳐나왔다.

특히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성장률과 일자리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수정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같은 수정 전망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솔직함과 객관성에 기반한 것으로 시장의 신뢰 확보 없이는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윤 장관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관행처럼 정책 의지를 담아 '분식'한 전망치가 아니라 실제 시장의 시각과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객관적 정보 제공을 통한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을 겨냥한 것이다.

이처럼 차곡차곡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윤증현식 경제 개혁 작업도 속도를 냈다.

우선 경기 부양을 위해선 대규모 재정 지출이 급선무라는 판단 아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국회의원에서부터 시장 상인, 그리고 일용직 근로자들까지 찾아다니며 경기 급락을 막기위해 추경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아울러 의견도 귀담아들었다.

취임 다음날 새벽 경기도 성남의 인력시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을 격려한 데 이어 성남-장호원 도로건설 공사현장을 찾아갔던 일은 인상적이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윤 장관은 의원들로부터 비난보다 격려를 더 받으면서 28조4천억원이라는 추경 예산을 확보하는데 성공해 확장적 재정 정책에 속도를 낼 수 있게됐다.

이어 푸껫-런던-발리로 이어지는 해외 출장 강행군으로 주요 20개국(G20)에서 한국의 주도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보호 무역주의 타파를 이끌어낸 것도 큰 성과였다.

특히 푸껫과 발리의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간 기금 1천200억 달러 조성에 합의하고 한.중.일 분담 비율까지 조율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외화 유동성 문제에 쐐기를 박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연장하는 등 한중, 한일, 한미간에 300억달러씩 총 900억 달러에 달하는 '제2의 외환 방어선'을 구축한 것도 평가받을 만 하다.

아울러 경제팀 간 조율도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윤 장관은 취임 직후 재정부 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은행까지 찾아가 이성태 총재에게 통화 정책 협조를 당부했으며 진동수 금융위원장과도 수시 협의를 통해 금융.통화 정책이 시장에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윤증현 장관이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았음에도 과잉 유동성, 부동산 시장 과열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어 경제 정책 기조를 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 기업에 도움을 줬던 환율이 인하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 압박이 심해지고 있으며 경기회복 기미에 따라 원자재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기업 구조조정 또한 본격화해야 하는 책무도 안고 있다.

따라서 윤 장관이 확장적 거시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향후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와 시중 유동성 등을 감안해 적절한 정책을 적기에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표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