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왼쪽,자동차는 오른쪽,이쪽 저쪽 잘 보고 길을 건너갑시다. "

유치원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이 보행규칙이 바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교통 운영체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보행자 우측 통행'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행규칙을 바꾼 것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다.

우측 통행을 하면 자동차와 보행자가 서로 마주보고 통행하게 되므로 보행자 교통사고를 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보행 속도는 빨라지고,충돌 횟수는 감소하며,보행 밀도도 줄어든다고 한다. 국민의 88.3%가 오른손잡이인 것을 감안하면 왼손보다는 오른손으로 짐을 드는 경우가 많고 짐은 마주 오는 사람과 반대편에 위치하므로 짐과 사람이 충돌하는 횟수도 줄어든다. 지하철역 게이트,건물 회전문,횡단보도 보행시에도 우측 통행이 충돌 우려가 적다. 심리적 부담도 약 13~18% 덜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의 선호도를 조사해보니 73.3%가 우측 통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측 통행이 장점이 많고 안전한데,왜 지금껏 좌측 통행을 해왔을까. 좌측 통행은 일본식 교통규범이 식민통치 기간에 이식된 것이다. 1921년 조선총독부는 사람과 자동차 모두 왼쪽으로 다니도록 법령으로 규정했다. 광복 후 미군정이 차량 통행 방식을 우측으로 바꿨지만 좌측 보행은 손보지 않았다. 이것이 굳어져 우리 몸에 익게 된 것이다. 한 세기 가까운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철저한 준비로 혼란을 최소화해 안전한 보행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