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하고 나선 이유는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경기가 회복 단계에 들어설 것이란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월 말 -4.8%에서 4월 말 -2.0%로 상향 조정하는 등 아시아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씨티그룹 '글로벌 시장' 전망] "세계경제, 응급실서 나와‥채권 줄이고 주식 늘려라"
씨티그룹은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를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상태'라고 표현했다.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벗어났다는 얘기다. 완전히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증가와 건설 및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고용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해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잠재적 위험 요소로 거론됐다. 씨티그룹은 금융부문 지원과 재정 확대 정책이 지속적으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가 한국 경제 회복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쓴 결과 산업생산,기업투자 및 소비에서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더라도 풍부한 유동성이 뒤를 받쳐주기 때문에 쉽사리 시장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은행들의 공격적인 대출로 부실자산이 늘어날 위험성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으로 보이며 금융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소비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현재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이번 랠리에 편승하지 못하고 현금 보유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추가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예측했다.

씨티그룹은 유럽의 경우 증시가 지난 3월 저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했지만 경기침체가 빨리 마무리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시장과 미국,통신주와 은행주

씨티그룹은 주식 시장 회복 3단계(디레이팅-트와일라잇 존-리커플링) 중 올해가 여명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지난해가 기업이익과 주가가 동반하락하는 디레이팅(De-rating,재평가)단계였다면 올해는 기업이익은 계속 하락하지만 주가는 오르는 여명기이며 내년에는 기업이익과 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리커플링(Re-coupling,재동조화)단계가 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식시장은 경기 침체가 끝나기 평균 5개월 전에 바닥에 도달하며 기업 실적이 저점에 도달하기 전에 반등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여명기가 시작된 이후 평균 주가 상승률이 45%이며 여명기에 접어든 해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기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져도 이미 주가에 그것이 충분히 반영돼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주식 투자 비중을 조심스럽게 늘려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투자자들의 자산포트폴리오 중 신흥시장 주식과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현금보유량이나 신흥시장 국채 등의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신흥시장 중에서는 한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가 투자 가치가 높다고 예상했으며 분야별로는 통신주와 은행주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