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 호재,중장기 악재'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기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자원 수출국의 소비 여력이 커져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일정한 범위를 뛰어넘어 급등세를 탈 경우에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발표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단기적으로는 자원 보유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자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완만한 속도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자원 보유국의 경기 회복과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가 완화되면서 수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의 자원 보유국에 대한 수출은 연 평균 23.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연 평균 수출 증가율 13.6%보다 2배 가까이 빠른 증가세였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출단가가 함께 오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기였던 지난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물가 상승률은 1월 5.1%에서 7월 12.8%로 높아졌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단된 중동 산유국의 플랜트 공사 등이 재개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환율이 현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65달러까지 올라도 원 · 달러 환율이 1270원에 머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1.1%포인트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날 원 · 달러 환율 종가가 1244원,12일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57.37달러였으므로 아직까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뛰어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수입 확대 효과가 수출 증대 효과를 앞지르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도 불안해질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에 국제통화기금(IMF) 상품가격지수가 4월 대비 28% 이상 상승하고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를 넘을 경우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고 환율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원자재 가격이 한국 경제가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급등하는 경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IMF 상품가격지수가 하반기에 67% 이상 상승하고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9달러를 넘는다면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압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진입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에너지 확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상승이 본격화하기 전에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