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서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인 취업자, 실업자 통계가 전월에 비해 개선된 모습을 보이면서 고용도 바닥권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라 민간부문에서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재정의 적극적인 집행으로 청년인턴 등 공공부문의 임시직 채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고용이 실제로 회복되려면 하반기는 되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취업자수 감소세 둔화

4월 취업자수는 2천352만4천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8만8천명(0.8%)이나 줄었다.

절대수치로 보면 최근의 어려운 경기현실을 반영한 어두운 지표지만 3월의 경우 일자리 감소폭이 19만5천개로 4월보다 컸다는 점과 비교하면 소폭이나마 상황이 개선된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 둔화는 공공부문의 인턴채용 등 정부의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별로 봐도 공공부문이 포함돼 있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에서 29만2천명, 3.9%가 늘어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공공부문만 떼어보면 7만2천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이 15만5천명(3.9%), 건설업이 12만8천명(6.7%)이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큰 분야와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통계청 관계자는 "계절조정치를 보면 취업자가 전월대비 3만3천명 늘어 5개월만에 첫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업별로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분야의 취업자 감소폭이 커 경기가 둔화되면 저소득층이 먼저 일자리를 잃는 현상을 보여줬다.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의 경우 3.0% 줄었고 서비스판매종사자는 2.2%, 농림어업숙련종사자는 1.0% 각각 감소했다.

이에 비해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사무종사자는 3.7%, 관리직급인 전문.기술.행정관리자는 1.4% 늘었다.

고용률의 경우 58.8%로 전년 동월에 비해 1.2% 포인트 하락했지만 올들어서는 지난 2월에 57.0%로 바닥을 친 이후 3월 57.9%에 이어 두달 연속 상승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2월을 바닥으로 2개월 연속 상승세다.

◇ 실업자 증가세 7개월만에 '스톱'

실업자는 100만명 돌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93만3천명으로 오히려 전월보다 줄었다.

작년 10월 73만6천명으로 증가한 이래 지난 1월 80만명을 넘어서고 2월 92만4천명, 3월 95만2천명으로 늘어난 뒤 7개월만에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계절 요인을 제거한 실업자는 전월보다 2만3천명 늘었지만 이는 3월 증가폭인 4만3천명보다는 낮아진 것"이라며 "취업자 감소폭 축소로 취업자에서 실업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별로는 남자는 전년 동월 대비 실업자가 17.8% 증가하며 3월(21.2%)보다 둔화된 반면 여자는 21.1% 늘어나면서 3월(10.7%)보다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여자 실업자는 숫자로도 3월 31만1천명에서 4월 32만명으로 늘어났다.

실업률은 3.8%로 3월(4.0%)보다 낮아졌지만 계절조정치는 3.7%로 같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5.6%)와 40대(17.8%)는 전월과 둔화되거나 비슷했지만 30대(30.7%)는 오히려 실업자 증가율이 가파르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여성과 30대의 실업이 상대적으로 심각함을 보여준다.

취업경험이 없는 실업자는 4월에 3만3천명으로 증가세를 멈추는데 그치지 않고 31.8%나 감소한 반면 취업경험이 있는 실업자가 90만명으로 22.2%나 증가한 것은 구조조정과 자영업 부진의 여파로 추정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552만1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4%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두달째 감소했다.

통계청은 "계절조정으로 보면 비경제활동인구가 이번 달에 전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취업준비 인구는 7.7% 줄었다.

'쉬었음'도 20대이상에서 모두 늘면서 11.6% 증가했지만 3월(16.2%)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구직 단념자도 14만2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만명(53.6%) 늘었지만 숫자는 전월(17만1천명)보다는 감소했다.

◇ 전문가 "고용 바닥 아직 이르다"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고용 바닥론'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내 고용이 민간과 투자 부문에서 살아나지 못한 채 대규모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해 일자리가 임시로 만들어진 것으로,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근본적인 고용 감소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이 빠르게 악화되다 이제 속도가 둔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 바닥이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고용 부문 또한 공공건설, 정부 소비로 뒷받침하고 있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민간 부문의 고용 위축을 공공부문으로 상쇄하는 구조라 당분간 고용이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추경 집행으로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일단 취업자 감소 폭이 축소된 것만 해도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경제 성장률이 감소하는 추세라 고용이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취업자 감소 폭이 진정된 것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로 사회적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면서 "일단 경기가 살아나야 취업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를 지나면서 고용시장이 구조적으로 안정되고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