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한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올해 설비투자를 30%가량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연구 · 개발(R&D) 투자는 지속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요타 혼다 등 완성차 7개사의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설비투자 예상액을 조사한 결과 1조8940억엔으로 전년 대비 30% 줄어들었다. 업체별로는 도요타가 36%를 줄이는 것을 비롯해 △혼다 35% △마쓰다 63% △미쓰비시자동차 30% △닛산 9% 등의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7개사의 설비투자 총액이 2조엔을 밑돌기는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 자동차회사는 신흥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지난 4년간 연평균 3조엔 안팎의 설비투자를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지난해 7개사 중 혼다와 스즈키를 제외한 5개사가 막대한 최종 적자를 내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축소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미래 경쟁력을 위한 R&D에는 전년보다 9% 정도 줄어든 2조3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체별로는 닛산자동차가 4000억엔을 투자해 소형차와 전기자동차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중 전기차를 양산하고 신형 전략 소형차도 세계 150개국에 투입할 방침이다. 도요타는 8200억엔을 R&D에 쏟아부어 하이브리드카 분야에서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