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장중 배럴당 60달러대를 넘어섰다. 작년 11월10일 이후 6개월 만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투기자본의 유입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 때 60.08달러로 60달러선을 웃돌았다. 5년 만에 최저치(배럴당 32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2월에 비해서는 3개월 만에 85% 가량 급등한 것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유가 급등의 배경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경기회복 시그널. 글로벌 실물 경제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하나둘 제기되면서 원자재 시장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캐피털의 폴 호스넬 사장은 “경기 회복 신호가 포착되면서 붕괴 직전에 몰렸던 원자재 시장이 최악의 공포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두 번째는 중국의 수요 증가. 값이 싸진 원자재를 미리 쟁여 두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원자재 시장을 자극했다. 미국 달러의 약세도 유가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마지막으로 한동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글로벌 투기자금이 다시 원자재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도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시장을 달군 원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기자본 등이 가세하면서 석유는 물론 다른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설탕 값은 최근 3년래 가장 비싼 수준으로 뛰었고 밀 가격도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반등하자 산유국들의 ‘지원 사격’도 시작됐다. 사메 파미 이집트 석유장관은 이날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직 신중하다.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장담하기엔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소시에떼제너럴의 마이크 위트너 연구원은 “최근의 유가 강세는 경제 펀더멘털의 호전이 아니라 금융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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