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지만 경제상황이 현저하게 개선된 것은 없다. '

경기 회복 여부를 놓고 정부 학계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 2.0%인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진국 시장의 경기전망이 썩 좋지 않아 수출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최근 경기 하강 속도가 뚜렷하게 완만해지고 있다"며 "작년 말이나 연초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과 4월에 이어 이달까지 3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근거는 제조업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지만 전월 대비로는 지난 1월 1.6% 상승으로 돌아선 뒤 2월과 3월에도 각각 7.8%와 5.1%의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데 두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월 61.4%에서 2월 66.9%,3월 69.3%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수출 역시 감소세가 둔화돼 큰 폭의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물가는 환율 하락에 힘입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나 "고용 및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소비 수요 부진 등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내년 경제 규모도 지난해 경제 규모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당분간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둬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잉 유동성 등으로 금리 인상 압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렵다"며 "올해 중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