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기침체가 최악 국면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주식이나 화폐 가치가 상승하는 등 위험을 감수한 신흥시장 투자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주가지수는 작년 10월 저점 이후 75%나 급등했고 23개국 시장을 포함하는 MSCI 신흥시장지수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이후 신흥시장의 주가는 50%나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3월 첫주에 신흥시장 투자펀드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40억달러에 달해 2007년 이후 최대, 사상 8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펀드에서는 최근 수주일 간 9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브라질 외환 당국은 달러에 대한 레알화 가치가 너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으려고 지난주 2차례에 걸쳐 시장에 개입해야만 했다.

레알화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가치가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반대로 과도한 급등을 막으려고 당국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대로 달러화는 지난 8일 유로당 1.3628달러를 기록, 달러가치가 7주일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여타 국가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3월5일 이후 7.5% 하락했다.

WSJ은 이런 낙관론의 배후에는 전 세계 침체의 최악국면이 지나갔고 중국 대규모 부양책의 집행이 시작됐으며, 원자재와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의 반등이 중국과 같은 신흥 시장의 반등을 시사하는 전조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경기가 호조를 보이며 급성장하던 시기에 '원자재의 블랙홀'로 불리며 전 세계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배럴당 58달러선을 넘어서면서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천연가스 가격도 21%나 상승한 상태다.

금속과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 주가도 올 들어 45%나 상승했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올 들어 러시아 투자펀드에는 3억7천6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ING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지난주 러시아와 브라질의 주식을 매입했고 이 업체의 펀드중 30%는 신흥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브라질 주가가 급락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투매현상을 보일 때만 해도 브라질 정부는 투자자들이 브라질의 경기 회복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분개했었지만, 이제는 주식과 화폐 가치가 급등하자 '진정'모드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의 엔리케 메이렐레스 중앙은행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브라질이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위기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