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소비를 미덕으로 삼던 미국인들이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지난 2005년 저축률이 마이너스(번돈보다 쓴돈이 더 많다는 뜻)까지 떨어졌던 미국에서 지난해 저축률은 4%이상 높아졌다.일부 경제학자는 1930년대 대공황이나 이후의 경기 침체기에도 소비가 줄고 저축이 늘었지만 침체가 끝나면 소비가 다시 늘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이번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절약이 미덕’이라는 사고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이번 경기침체를 초래한 금융위기로 인해 그동안 과소비를 뒷받침하던 자산가치 급등과 손쉬운 대출이 어려워져 상황이 다를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증시가 폭락하면서 엄청난 자산 손실을 보게된 미국 소비자들은 그들의 노후 자금과 아이들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해야할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증시나 부동산 가격이 과거와 같이 급등하지 않는다면 저축을 늘리는 것 밖에는 대안이 없다.특히 정부의 규제강화와 은행들의 리스크 회피현상으로 집값의 100%까지 빌릴수 있었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등도 사라졌다.이는 미국인들이 집을 사려면 더 많은 저금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최근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이 전기오븐 같은 물건을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미국인들의 근검절약은 일면 ‘건전한 변화’일수 있지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저축률 증가는 미국은 물론,전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게일 박사는 “사람들은 쉽게 중국의 소비를 대안으로 들고 있지만 소득의 4분의1을 저축하는 중국인들의 생활 패턴과 그들이 소비를 늘려나가는 속도보다 미국 가정의 긴축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