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은행들의 중국 진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첫 중국인 지점장이 탄생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왕진자(王晋佳·45) 중국법인 부행장을 상하이 분행장으로 임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중국에는 한국의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대구은행 등이 진출해 있지만 지점장급에 중국인이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보수적인 기업문화의 은행권에서 한국말도 못하는 외국인을 믿고 지점장을 맡긴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국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인을 경제수도인 상하이의 분행장에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임명된 왕 분행장은 1996년 하나은행이 처음 중국에 진출할 때 상하이 사무소장을 맡았던 상하이 사람으로 현지 사정에 밝다.

상하이재경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필리핀 데라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상해재경대 교수, 스탠다드앤드차타드은행 상하이대표처 대표, 하나은행 상하이분행 부행장 등을 지냈다.

하나은행에 몸담은 지 벌써 13년째인 왕 분행장에게는 이미 머릿속에 중국 공략을 위한 청사진이 다 그려져 있는 듯했다.

그는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과 고객만족경영, 한국 금융상품, 인터넷뱅킹 등 4가지를 중국 공략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제시했다.

한국에서 외국계 은행들도 못따라올 정도로 특화된 하나은행의 부자공략 마케팅인 PB를 중국의 신흥 부호들을 끌어들이는데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사소한 금융서비스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불친절한 중국 은행업계에 친절로 무장한 고객만족경영을 도입하고 적은 점포 수의 단점을 인터넷뱅킹,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만회한다면 중국의 틈새시장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왕 분행장은 자신했다.

그는 "하나은행의 특징을 잘 살린다면 중국시장 공략도 어렵지 않다"면서 "현재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3년 정도면 중국에서 하나은행이 탄탄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두가지 문화가 섞여있는 하나은행 분위기가 좋다는 그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기업과 고객들 속으로 파고들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김대호 특파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