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9개 대형 금융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를 발표한 이후 투자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자본 부족 은행으로 판정받은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는 테스트 결과 발표 하루 만에 115억달러를 조달했다.

18억달러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모건스탠리는 지난 8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보다 약 두 배 많은 40억달러어치 주식을 공모하는 데 성공했다. 137억달러가 부족한 웰스파고도 이날 계획한 60억달러보다 많은 75억달러어치 주식을 매각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로 115억달러를 확충해야 하는 GMAC는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아 미 정부가 이번 주 중 일단 7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미 정부의 적절한 발표 시점과 기교,행운이 곁들여져 시장 충격파가 완화됐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우선 지연 전략을 펴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될 시기에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또 언론에 관련 정보를 조금씩 흘려 시장이 윤곽을 잡도록 했다. 모든 은행이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먹혔다.

하지만 결과 발표의 뒤끝은 깔끔하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기 전 자본이 부족한 금융사들과 협의를 거쳐 자본 부족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고 9일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분기 실적 조정 등을 통해 500억달러를 339억달러로 줄였다. 350억달러에서 55억달러로 줄인 씨티그룹은 이미 진행 중인 자본확충 효과로 FRB를 설득했다. 웰스파고는 자본확충 잠정치가 173억달러였으나 내년까지 호전될 매출 전망을 고집한 끝에 137억달러로 축소시켰다. 피프스서드는 26억달러에서 11억달러로 줄였다. WSJ는 아울러 FRB가 당초 예상된 유형자기자본(TEC) 비율이 아니라 이보다 덜 엄격한 기본자기자본(Tier 1)을 적용해 10개 금융사의 자본 부족 규모를 680억달러 이상 줄였다고 추산했다. FRB가 이번에 발표한 총 자본확충 규모는 746억달러였다.

한편 국책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업체인 패니메이는 지난 1분기에 223억달러의 손실을 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