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적진(敵陣)인 신세계 센텀시티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지난 2일 부산 해운대에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의 외관을 살펴보는 장면이 한 백화점 쇼핑객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국 재계의 '마지막 창업 1세대'인 신 회장은 1922년생으로 아흔에 가까운 고령이지만 사진에 나타난 것은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 찬 모습이었다.

신 회장은 이날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장 등을 대동하고 롯데 센텀시티점과 바로 인접한 신세계 센텀시티 뒤쪽 광장에서 신세계 센텀시티를 5분가량 살펴보고 돌아갔다. 그러나 신세계 매장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 센텀시티점을 방문했다가 나란히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를 한번 살펴본 것일 뿐 큰 의미는 없으며 별다른 지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회장은 매년 5월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옛 둔기마을에서 열리는 마을 잔치에 참석한다"며 "이달엔 부산으로 입국해 지난 3일 마을 잔치를 갖고 부산 · 울산 · 창원의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주요 점포들을 둘러봤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홀수 달에 한국,짝수 달에는 일본에 머무는 이른바 '셔틀 경영'을 30년 넘게 지속해 오고 있다. 신 회장은 호적상 87세이지만 실제로는 90세라는 말도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머물 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룹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경영 현안을 보고받고 휴일이면 롯데백화점 · 마트의 주요 점포를 방문해 매장 진열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