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가 내놓은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우수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설립을 쉽게 하는 것 등이 골자다.

그러나 재정부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일반의약품(OTC)의 약국 외 판매, 영리의료법인 허용, 의료정보 포털 구축 등 내용이 줄줄이 빠져 있어 절반의 성공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런 민감한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의견 수렴을 거쳐 향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익집단 및 관계부처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 건강관리서비스 2011년 도입
정부는 서비스업에 대한 차별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서비스 기업의 성장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성장가능성이 크고 일자리 창출과 연관된 업종을 위주로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방송.IT(정보기술)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지식서비스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하며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범위도 늘린다.

의료 부문에선 다이어트.금연 등 분야에 대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2011년에 본격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의료법인 경영지원회사(MSO) 설립도 10월 법 개정을 통해 허용할 예정이다.

교육 분야에선 외국교육기관의 결산상 잉여금의 해외송금 허용을 추진하고 경제 자유구역 내 초중등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입학비율도 완화하기로 했다.

우수 외국 교육기관 및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교육서비스 선진화 요구에 부합하고 유학수지 개선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 OTC.영리의료법인 등 알맹이 빠져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방안에는 재정부가 기존에 추진하던 의료부문 선진화 방안 상당수가 누락됐다.

재정부는 당초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3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관계부처 및 이익단체 등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5월까지 발표 시기가 밀렸다.

발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사석에서 수차례 강조했던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부분이 빠져 있다.

윤 장관은 소화제나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도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는 문제도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윤 장관은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을 증진하며 재정은 약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의료정보포털을 통해 각 병원의 단위 서비스 가격 등을 공개하는 문제도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관광과 금융분야에 대한 서비스 선진화 방안도 논의는 됐지만 결과는 없었다.

◇ 이해집단 반대의 벽 넘을까
이에 대해 재정부는 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는 입장이다.

즉 민감한 내용이 이번에 발표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관계부처와 이해당사자에 대한 설득 작업은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구본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해선 소비자의 후생과 부작용 등 문제를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해 기존보다 한 발짝 물러서 있음을 시사했다.

영리의료법인 문제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문제로 다소 각도를 바꿔 올 10월~11월 중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의료정보공개의 경우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많은 검토가 이뤄지고 있고 영리의료법인 이슈와 연관돼 있어 다음에 다시 정리하겠다는 설명이다.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완화는 금융위기가 안정된 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정부의 이런 입장이 추후 얼마나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복지부 등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에 대해 국민의 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고 약국에서만 판매한다고 해서 국민이 불편할 것도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영리의료법인 문제에 대해서도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자본이 대형 병원을 설립해서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로서는 진료비를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