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7일 이에 대한 '경계 시각'을 분명히 했다. 특히 실물 부문의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등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정부는 기업들이 경기 회복 착시에 취해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경기회복 낙관 이르다

정부는 산업생산지표와 1분기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전기대비)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안팎을 둘러보면 위험 요인이 가득하다고 보고 있다. 대외 여건만 보더라도 외환 수급은 개선되고 있으나 미국 GM의 파산 가능성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하고,국내도 정부의 확장적인 거시정책 효과를 제외한 민간의 자생적인 경기 회복력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가계 및 기업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청년층 실업이 갈수록 악화되는 등 고용 지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일본 등 이웃 나라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체질 개선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일본의 경우 엔화 상승 등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가볍게 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높은 환율과 정부의 금융 지원 등에 의존하며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업들 사이에 '버티면 적당히 지나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만약 금융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동성 과잉은 아니지만

시중에 단기 유동성이 증가하고 일부 자금이 부동산이나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는 등 과잉 유동성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시장에서 그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부진한 경기 상황으로 보면 유동성 과잉 상태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유동성 회수를 논할 단계 또한 아직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일부 자금이 실물 등 생산적인 부문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시중 자금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국장은 "부동자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그게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경기의 뚜렷한 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전체적인 거시정책 기조와 함께 유동성 부분도 현재의 입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확장정책 기조 유지할 것

이 같은 경기 인식에 따라 정부는 예산 조기집행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또 경기 진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구조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투 트랙(두 가지) 전략'도 지금처럼 구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경기 회복 국면에 대비한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후순위 과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윤 국장은 "지금의 확장적 정책기조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향후 경기 회복이 가시화된 이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 이후 검토할 수 있는 정책과제로 저탄소 녹색성장과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 신성장 동력 확충,재정 건전화 방안 마련 등을 들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