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기 회복세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린 이유는 뭘까.

이날 내놓은 '5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그 답이 나와 있다. 재정부는 그린북에서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경기 급락세가 진정되고 있으나 내수 수출 고용 등 전반적인 경기는 아직 위축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민간부문의 자생적 경기 회복력도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주요 지표별로는 산업생산과 경상수지만 호전되고 있을 뿐이다. 재정부는 산업생산의 경우 지난 1월 전월 대비 기준으로 1.7% 증가한 뒤 2월 7.1%,3월 4.8%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도 지난 3월 66억5000만달러 흑자에 이어 4월에도 3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낼 것으로 봤다.

반면 재정부는 민간소비는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소비재 판매액의 경우 지난 3월 내구재 등의 소비 감소로 전년 동월 대비 5.3%,전월 대비 1.9% 줄어든 데 이어 4월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종 소비 관련 속보치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4월 자동차 내수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9% 줄어 3월(-15.4%)에 이어 두 달 연속 10%대의 감소세를 보였다. 4월 휘발유 판매량도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지난 1월 4.2%,2월 3.9%,3월 3.6% 등 꾸준히 늘어나다가 4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신용카드 국내승인액(전년 동월비)은 전달(6.2% 증가)에 이어 4월에도 7.0%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은 전달 1.9%에 이어 4월에도 2.8% 늘었다. 자동차도 이달 들어 노후차 교체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려는 소비로 판매가 늘 전망이다.

기업의 설비투자(전년 동월비)는 지난 1월 25.9%나 급감한 데 이어 2월과 3월에도 각각 19.5%,23.7%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전년 동월비)도 지난 1월 1.1% 감소했다가 2월에 0.1% 증가했으나 3월(-0.6%)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용 역시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3월에만 19만5000명 줄어드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