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기존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다. GM 측이 정부와 채권단,노조에 진 빚을 주식으로 바꿔주기 위해 600억주에 이르는 신주를 발행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GM은 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 같은 계획안을 제출했으며 출자전환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뉴 GM'의 최대주주가 될 미 재무부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는 GM 주식은 6억1000만주다. 신주 600억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회사 측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 1주를 주고 이들로부터 구주 100주를 받아 소각할 계획이다. 일종의 액면병합(reverse stock split)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1%로 쪼그라드나 정부,채권단,노조는 각각 구제금융,부채,은퇴자 건강기금을 탕감해주는 대가로 50%,10%,39%의 지분을 새로 갖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신주가 발행되면 5일 현재 주당 1.85달러인 주가가 1센트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GM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정부가 추가로 투입할 자금을 포함한 270억달러의 구제금융 중 절반 정도 △채권단은 270억달러 중 240억달러 △노조는 회사 측이 지급할 200억달러의 퇴직자건강보험기금 중 100억달러를 출자전환으로 탕감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구조조정하든 파산보호 절차를 밟든 어떤 경우에라도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GM, 기존주주 주식 '휴지조각'으로…
최대 변수는 채권단이다. 강력 반발하고 있는 채권단의 90% 이상이 동의해야 출자전환이 가능하다. GM이 소속된 전미자동차노조(UAW)도 지난 4일 미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회사 측의 구조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구조조정안대로 16개 공장이 폐쇄돼 2만1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으면 멕시코와 한국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 수입만 늘리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시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채권단과 노조가 출자전환을 반대하면 GM도 크라이슬러처럼 파산보호 절차를 밟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자(CEO)는 "재무부를 비롯해 우리는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출자전환이 꼭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파산법원은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안에 반대한 헤지펀드 등의 일부 채권단이 속전속결식 자산 매각을 막아주도록 소송을 제기하면서 안전을 이유로 자신들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도록 요청한 것을 기각했다.

아더 곤잘레스 판사는 "명단 공개 여부와 안전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GM의 채권단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안에 반대한 이들 채권자들을 '투기꾼'으로 낙인찍었다.

한편 CNN머니는 전임 부시 정부 말기에 크라이슬러에 지원한 40억달러의 브리지론과 이자 3억달러,오바마 정부가 파산보호 기간에 쓸 운영자금으로 지난주 승인한 32억달러를 회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CNN머니는 "재무부가 구조조정을 거쳐 출범할 새 회사 지분 8%를 갖게 될 것이지만 공중에 증발한 혈세를 회수하기는 태부족인 현실"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