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죠"

군산해양경찰서 수사 관계자는 6일 25억원대의 면세유 횡령 사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한 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고창수협 직원 김모(40)씨와 이 수협의 비상임 이사를 겸하는 주유소 업자 이모(33)씨가 공모한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판'과 다를 바 없었다.

주유소 업자 이씨는 지난 2007년 8월 고창수협이 직영 중인 주유소를 민간에 위탁하기로 하자 자신의 인척 이름으로 이를 넘겨받았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직원 김씨와 짜고 올해 3월 초까지 150만ℓ의 어업용 면세유(25억원 어치)를 소비자에게 팔아 15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주유소가 면세유와 과세유를 함께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 정유사로부터 받은 면세유를 일반 과세유 저장탱크에 옮겨 일반기름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고창수협에서 유류업무를 담당하던 김씨는 통상 주유소에 기름 차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면세유 저장탱크에 색소를 직접 투입해야 했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모른체 했다.

면세유를 과세유와 구별하고자 통상 휘발유 저장탱크에는 '검정', 경유 탱크에는 '빨강' 색소를 넣어야 하지만 김씨는 일절 현장에 나가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어민이 면세유를 정상적으로 수급해 간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이씨의 범행을 도왔다.

이 때문에 업자 이씨는 유조차가 싣고 온 면세유를 버젓이 과세유 탱크에 받아 이를 일반 운전자에게 판매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애초 고창수협이 직영하던 이 주유소가 민간에게 위탁되는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수협측은 당시 적자운영으로 민간위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수협의 비상임 이사인 이씨가 자신의 인척 이름으로 이를 넘겨받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위탁과정에 모종의 비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상임 이사가 직영주유소 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척을 내세워 주유소를 위탁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주유소 업주와 직원과의 결탁뿐 아니라 주유소 위탁과정에서의 불법이 있었는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유소 업자 이씨는 당시 좀 도둑의 피해를 막기 위해 주유소 내에 폐쇄회로(CC) TV를 설치했지만, 면세유를 과세유 탱크에 옮기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되는 바람에 꼬리를 잡혔다.

(군산연합뉴스) 임 청 기자 lc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