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산하 7개 산업기술 관련 R&D(연구개발) 지원 기관에서 자금을 받아온 기업과 대학들은 그동안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R&D 기관이 분야별로 나뉘어 있어 어느 곳과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헷갈렸다.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퇴출제 도입

지경부가 6일 발표한 산업기술 R&D 지원기관 통폐합 결과는 7개나 되는 기관을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2개로 합쳐 이같은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중장기 전략,기술 이전 · 사업화,성과 분석 등을 맡고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과제 기획,평가 · 관리 등을 담당한다. 통합된 두 기관의 R&D 예산은 올해 지경부 관련 예산 4조3000억원의 70%인 3조원에 달한다. 산업기술진흥원은 277명의 임직원에 1조2270억원의 예산을,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68명의 임직원에 약 1조812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지경부는 통폐합을 통해 군살을 빼는 작업도 마쳤다. 정원은 기존 465명에서 407명으로,팀장급 이상 간부직 자리도 97개에서 65개로 줄였다. 기관별로 달랐던 보수 제도는 연봉제로,직급체계는 단일직군 · 5직급 체계로 각각 일원화했다. 정년도 59세로 통일했다. 신설 기관에 퇴출 제도를 도입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실적이 부진한 본부장과 단장을 대상으로 2진 아웃제가,팀장과 실장 그리고 직원에게는 3진 아웃제가 시행돼 내부 경쟁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화학적 결합이 관건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직급이 하향 조정되는 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초임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기관은 개편된 직급체계에서 임금이 소폭 줄어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이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로 R&D 지원기관이 두 개로 합쳐졌지만 앞으로 화학적 결합을 얼마나 이뤄 수요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느냐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 통폐합의 실질적인 성패도 화학적 결합에 기반한 서비스 개선에 달려 있다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지경부는 수요자들이 통합의 효과를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과제 기획→평가 · 관리→성과 확산에 이르는 R&D사업의 전체 주기를 개선하는 작업에 바로 착수할 계획이다.

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 신임 원장은 "학교와 연구소에서부터 시장까지 함께 아우르며 R&D 업무가 실질적으로 융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