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체감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각국이 암울한 경제지표를 쏟아내며 '자유낙하(free fall)'의 현기증을 느끼던 올초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특히 세계경제의 쌍두마차 격인 중국과 미국 경제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소위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증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P모건 글로벌 구매관리지수(20개국 기준)는 지난달 41.8로 전달의 37.3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이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최근 중국 사업설명회에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쏟아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4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제조업 회복세는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크레디리요네가 발표한 중국의 4월 구매관리지수(PMI)는 50.1로 상승했다. PMI가 50을 넘었다는 것은 경기확장 국면이란 뜻이다. 상장기업의 1분기 순이익이 작년 4분기에 비해 450%가량 증가했다는 것도 제조업 경기회복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공급관리자협회(ISM) PMI는 4월에 40.1을 나타냈다. 아직 경기확장 국면을 나타내는 50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12월 32.4까지 떨어진 이후 4개월째 상승세다.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재고 감축에 나선 데다 수요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어 생산 확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ISM은 5일 반기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 공장에 대한 투자가 전년대비 22.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전망치(-6.7%) 를 크게 낮춘 것이다.

일본 기업들도 작년 말 이후 대규모 감산에 돌입하면서 세웠던 공장을 지난달부터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화학업체인 미쓰비시화학은 에틸렌 공장가동률을 3월 70%에서 최근 80%로 끌어올렸다. 작년 말까지 10% 정도 감산을 해오던 중국과 한국 현지의 폴리에스터 원료 공장도 최근 풀가동하고 있다. 피크 때에 비해 절반 이하로 생산을 줄였던 전자부품업체들도 2월까지 재고 조정을 마치고 생산을 늘리는 중이다. 일본의 3월 산업생산은 1.6% 늘어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ABN암로은행이 발표하는 인도의 4월 PMI는 53.3으로,5개월 만에 처음 제조업 확장국면에 진입했으며 독일 투자가들의 경기 기대감을 보여주는 유럽경제연구센터의 '경기기대지수'는 4월에 13.0으로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였다. 한국의 3월 광공업 생산도 전월 대비 4.8% 늘며 올 들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박성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