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47%로 작년 말보다 0.33%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실채권비율은 고정이하여신(연체기간 3개월 이상)을 총여신으로 나눈 비율로 2007년 말 0.72%에서 작년 말 1.14%로 상승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잔액은 2007년 말 7조7000억원에서 작년 말 14조7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올해 3월 말에는 19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대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규모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 신규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9조3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 9조5000억원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금감원은 부실채권비율과 채권잔액 모두 국내은행이 감내하기 어렵다거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이 작년 말 1.41%에서 올해 3월 말 1.82%로 상승했고 특히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비율이 같은 기간 1.93%에서 2.46%로 뛰었다.

가계부문의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말 0.42%에서 0.51%로 소폭 상승했다. 신용카드채권은 3개월 사이 0.25%포인트 증가,1.41%를 기록했다.

시중은행별 부실채권비율은 하나은행이 1.76%로 가장 높았으며 우리(1.69%),한국씨티(1.66%),신한(1.51%),외환(1.48%),국민(1.41%),SC제일은행(1.18%) 순이었다.

국내 은행들의 1분기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4조7000억원이었다. 정리방법별로는 대손상각(1조4000억원),담보처분에 의한 회수(1조1000억원),연체이자 회수(8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경영 건전성과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한 부실채권 정리를 유도하고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부실여신 증가에 대비하도록 은행들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