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초산을 생산하는 삼성BP화학은 지난 2월 '확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확대판매라는 뜻의 이 TF는 해외 틈새시장 개척을 전담하기 위한 조직.확판TF는 벌크(bulk) 단위의 대규모 물량 공급에 주력하는 영국 BP,미국 셀라미스 등 메이저 업체들의 진출이 뜸한 파키스탄,칠레,방글라데시,인도 등 캔(can) 단위의 소규모 물량을 수입하는 국가들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 중공업 기업들이 실물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잇따라 수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미개척지를 뚫는 수출선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수출 전담 TF를 구성하거나 기존 수출영업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등 조직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필름 · 화학 소재기업인 SKC는 자동차 내장재와 강화 플라스틱의 원재료로 쓰이는 PO(산화 프로필렌) 및 PG(프로필렌 글리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5명으로 구성된 해외판매팀을 신설했다. 대만에서도 광학용 필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판매사무소에 대만 현지인을 충원,시장 개척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BP는 확판TF 가동 이후 캔 단위의 월간 초산 수출물량이 300t 규모에서 지난달엔 800t 수준으로 늘어났다. 삼성BP 관계자는 "내수시장 점유율이 현재 80% 수준이어서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려워 해외 틈새시장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는데 성과가 좋다"며 "캔 단위로 포장할 수 있는 설비규모를 더 늘려 연말쯤에는 월간 판매량을 1200~1500t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도 올해 초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사장과 임원,실무 팀장급이 모두 참가하는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수출지역 다변화에 대한 전략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그동안 수출 대상국가가 중국과 중동 위주였으나 이 같은 노력으로 미국,유럽 등으로 수출선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공업 부문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효성도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중국,인도 등의 수출 확대를 겨냥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력PU(전력사업부)내 글로벌 영업팀을 종전의 1개팀(10명)에서 5개팀(50명)으로 대폭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효성은 또 해외 수출시장 동향을 조사하기 위해 최근 13명으로 구성된 '글로벌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계열사인 효성에바라도 주력 제품인 펌프 수출 확대를 위해 지난 2월 수출 전담인력을 종전의 7명에서 최근 20명까지 늘렸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