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석유개발팀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정유회사로부터 6000만달러 규모의 '오일 달러'를 벌어들였다.

오만 웨스트부카 유전에서 올 2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원유 30만배럴을 판매한 것.국내 종합상사들이 생산 광구에 지분을 투자해 배당 수익을 받은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원유 탐사→개발→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 관여해 수익을 올린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LG상사는 연산 180만~220만배럴의 웨스트부카 유전에서 앞으로 20여년간 매년 3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자원 개발에서 이익의 절반을 낸다. '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2007년 3월 취임 직후 내건 일성(一聲)이다. 무역 중개 일색인 종합상사의 사업 구조를 확 바꾸겠다는 것으로 그 결실이 속속 맺어지고 있다.

웨스트부카 유전은 LG상사가 2006년 10월 UAE의 왕족 기업인 RAK패트롤리엄과 50%씩 투자,지난 2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인도네시아 MPP 유연탄광에서도 상업 생산을 시작,태국과 한국전력에 각각 9000t과 6만t을 판매했다.

카자흐스탄 아다 광구도 탐사를 끝내고 올 하반기 중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몇 십년간 현금을 벌어다 줄 생산 광구가 3개에 달한다. 현대종합상사가 올 상반기 중 예멘 마리브 광구(가스)의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고,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생산 시점이 2012년 말로 잡혀 있어 LG상사가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있는 셈이다.

LG상사의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풍부한 잠재력 덕분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원유,가스,유연탄)가 총 19개로 대우인터내셔널(15개),삼성물산(9개),현대종합상사(6개) 등 다른 종합상사에 비해 많다. 게다가 19개 광구 가운데 2005년 이후에 투자한 신생 광구가 14개에 달한다. 구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8개 광구에 투자하는 등 자원 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다. 라이벌인 대우인터내셔널이 2005년 이후 투자한 신생 광구는 8개다.

수익을 내는 구조도 차별화됐다. 자원 개발에 단순히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2006년 카자흐스탄 에끼즈카라 블록8 광구(탐사 단계)를 시작으로 직접 광구를 운영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구 운영은 한국가스공사도 아직 못해봤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에너지 전문기업 중에선 SK에너지,종합상사 중에선 LG상사와 대우인터내셔널 정도가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부카 유전의 경우 운영은 RAK패트롤리엄이 맡았지만 LG상사는 지분 50%를 갖고 있는 대주주로서 탐사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