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기업결합 심사건수는 550건으로 전년의 857건에 비해 35.8%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심사건수도 73건에 그쳐 작년 동기의 154건 보다 52% 급감했다.

작년 7월과 2007년 11월에 각각 자산ㆍ매출액 기준 기업결합 신고기준이 상향 조정된 것을 감안해 동일 기준을 적용할 경우, 작년 공정위 M&A 심사건수는 11.6% 늘었다.

그러나 동일 기준으로 보면 전체 M&A 심사금액은 2007년 185조5천억 원에서 작년 142조8천억 원으로 23.0% 감소했다.

이는 건당 평균 기업결합 금액이 2007년 4천386억 원에서 작년 3천37억 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또 경기침체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올해 1분기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해도 심사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51.6%나 급감했다.

공정위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기업결합을 회피한 측면과 함께 주가 하락으로 기업인수가액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최대 기업결합인 금호그룹의 대한통운 결합금액은 3조3천억 원으로 2007년 신한그룹의 LG카드 결합금액 6조6천억 원의 50%에 불과했다.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도 작년에 총 47건으로 2007년에 비해 16.1% 감소했고 특히 미국기업의 국내 기업인수는 8건으로 42.9% 급감했다.

업종별로는 작년에 서비스 업종의 M&A가 활발했다.

정보.통신.방송업 분야에서 기업결합이 활발해 심사건수가 52건으로 48.6% 늘었고 유통업종도 작년 15건으로 50% 급증했다.

반면 제조업종은 전반적으로 M&A 건수가 감소했다.

기계.장비업은 12건으로 45%, 전자부품.영상.음향.통신장비업은 26건으로 18.8% 각각 줄었다.

다만 화합물.화학제품업은 작년 M&A 심사건이 36건으로 24.1% 늘었다.

공정위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업들이 정보통신 등 신성장산업과 유통분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면서 기업결합이 둔화된 제조업에서 석유화학 분야의 기업결합이 활발했던 것은 이 분야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결합 유형별로 보면 수직결합이 57건으로 90%, 수평결합이 148건으로 9.6%, 혼합결합이 345건으로 5.2% 각각 증가했다.

공정위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경쟁기업을 인수하는 수평결합이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혼합결합 보다는 안정적인 원료공급, 유통경로 확보를 위한 수평결합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침체 속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신흥증권(현 HMC투자증권), 롯데그룹이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한화그룹이 제일화재해상보험,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현 HI투자증권)을 각각 인수하는 등 대기업집단의 금융회사 인수는 활발한 편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