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허브'로 육성하려는 정부 전략이 5월 들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한.유럽연합(EU) FTA 협상 타결이 이달 중 예정된 양측 간의 만남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 측에 한.미 FTA는 양측 이익을 균형있게 반영한 협상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재협상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EU 측에도 마지막 장애물인 관세환급 문제에 대한 결단을 요구할 방침이다.

◇ 美, 자동차.쇠고기 거론할 듯
3일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지난달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우리 측 비준 처리 절차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았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어 비준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협상 상대방인 미국 측의 비준 여부에 있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그동안 한 목소리로 한.미 FTA에 불공정한 요소가 있어 현 상태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다만 지난달 2일 런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가 두 나라에 상호 이익이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FTA 진전을 위해 협력키로 합의하면서 6월 중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양측 통상 수뇌부들은 5월 중순 사전 협의에 나서 한.미 FTA 처리에 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장관 간 첫 만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의가 한.미 FTA 추가 협상 등과 관련 미 측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측에서는 여전히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의 재협상 내지 추가협상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

드미트리어스 마란티스 USTR 부대표 지명자는 지난달 30일 상원 재무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한.미 FTA와 관련, 자동차와 쇠고기 등 주요 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자신에 대한 의회 인준이 이뤄지면 쇠고기 무역장벽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란티스 부대표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지역 담당이라는 점, 그동안 미 행정부와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해 온 자동차와 쇠고기 재협상 논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 측이 통상장관급 회담에서도 이를 그대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마란티스 지명자가 한.미 FTA는 미국 경제에 엄청난 잠재적 혜택을 주는 협정이라고 높게 평가한 점은 우리 측에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미국 측이 한.미 FTA와 관련해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미 새 행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한.미 FTA가 양측 이익이 균형있게 반영된 협상이라는 점을 미 측에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EU 관세환급 걸림돌 해소되나
관세환급이라는 장애물을 만나 최종 타결 여부가 지연되고 있는 한.EU FTA도 5월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일 런던서 열린 한.EU 통상장관회담에서 양측은 관세환급과 관련해 다양한 절충안을 모두 검토했으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내부 논의절차를 거쳐 최종 지침을 받기로 해 추가 협상의 길을 열어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혜민 외교부 FTA 교섭대표는 지난달 브리핑에서 "5월 중에는 (관세환급에 대한) EU 측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며 "다음번 통상장관회담이 개최되면 양측이 의견 절충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현재 양측은 5월 중 수석대표회담 또는 통상장관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오는 23일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 EU 의장국인 체코 대통령, EU 집행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전후로 한.EU 통상당국 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EU 정상회의는 FTA 문제와는 별개로 열리기 때문에 그 이전에 양국 통상당국 간 만남이 있을지 여부를 지금 현재로서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의회 선거가 6월에 예정돼 있고 EU 집행위 집행위원들이 연내 교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으로는 5월 중에 한.EU FTA를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단 정부는 관세환급 문제는 EU 측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결국 EU 측에서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내에서는 관세환급이 원칙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를 훼손하면 추후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일부 회원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EU 집행위원회에서 회원국 설득 작업을 진행 중에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관세환급으로 인해 EU업계가 보는 손해는 연간 1억9천500만 달러에 불과한 반면 한.EU FTA 체결로 인한 경제 효과는 연간 최대 1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회원국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

이 대표는 "EU 측에서 볼 때는 (관세환급이) 원칙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FTA를 통해 얻을 이익과 관세환급(허용)을 비교할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