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피아트에 매각시한 6월27일 제시

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가 파산법원에서 피아트와의 제휴 계약의 조속한 승인을 요청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발빠른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1일(현지시간) 뉴욕의 파산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크라이슬러의 변호인인 코니 볼은 파산보호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간의 제휴를 빨리 법원이 승인해줄 것을 아서 곤살레스 판사에게 요청했다.

볼 변호인은 피아트와의 제휴 승인과 함께 45억달러에 달하는 정부 대출금의 승인도 요청할 계획이다.

볼 변호인은 파산보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피아트와의 제휴 계약 등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크라이슬러가 회생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설명했다.

크라이슬러가 신속한 파산보호 절차를 요청하는 것은 정부와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가 길어질 경우 우려되는 피해 등을 우려해 '외과수술적인 파산'을 통해 최단기간 내에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절차를 종료하려는데 따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기간을 30~60일 정도로 기대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파산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정부가 이미 지원한 40억달러의 대출금에 대한 부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크라이슬러의 자산 매각이 6월27일까지 완료돼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했다.

피아트와의 제휴가 성사되면 크라이슬러의 대부분의 자산은 피아트 20%, 노조가 55%의 지분을 갖는 새로운 법인에 매각될 예정이다.

피아트는 상황 진전에 따라 지분을 35%까지 늘릴 수도 있다.

곤살레스 판사는 이날 크라이슬러가 직원들과 용역 직원들에게 4천880만달러를 지급하는 것과 자동차 워런티 지속을 포함한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조치들도 승인했다.

곤살레스 판사는 과거 회계부정 사태로 파산한 엔론은 물론 월드컴 파산 사건을 맡았던 판사이지만, 미국 역사상 5번째로 큰 규모인 크라이슬러 파산보호는 그 복잡성 때문에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크라이슬러의 채권단 중 크라이슬러의 채무 구조조정에 반대한 헤지펀드를 포함해 채권자들이 파산보호 과정에서 얼마나 양보를 할지가 관건이다.

크라이슬러의 담보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자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창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예일대 등도 포함돼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했다.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 절차 돌입과 함께 이날 밤부터 공장 가동도 중단한다.

크라이슬러는 미국에 22개 공장을 갖고 있다.

한편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나델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파산보호에 들어가게 했다는 오점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운명이 내가 택하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파산보호가 회사를 구할 수 있게 했다"며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컵에 물이 절반이나 있다고 생각하지 절반이 비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2007년 8월 크라이슬러 CEO에 부임한 나델리는 회사의 파산보호 절차가 종료되면 물러날 예정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