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버핏에게 투자자들의 질책성 질문이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그동안 높은 수익을 올린 뒤 그 성과를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던 벅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총이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벅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총이 열리는 5월 첫째 주말이 되면 미 중부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도시 오마하는 주주들로 북적이며 축제 분위기가 연출돼왔다.

주총에서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투자자들과 주고받는 일문일답과 경제 전망을 듣기 위해서다. 2,3일 열리는 올해 주총에도 어김없이 사상 최대 규모인 3만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주총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버핏처럼 투자하기'라는 책의 저자인 제임스 알투처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올해는 버핏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며 "여전히 버핏을 신봉하는 주주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지난해 투자 실책을 비판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조슈아 셰인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벅셔 해서웨이가 투자자에게 파생상품 투자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버핏은 신조로 내세웠던 '가치투자'를 고수하며 결국 큰 손해를 봤다.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될 때 버핏은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해야 하고,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야 한다"며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주식을 매입했다. 하지만 결국 벅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순익이 49억9000만달러(주당 3224달러)로 전년보다 59%나 줄어드는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또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673억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을 갖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벅셔 해서웨이의 보유 현금은 225억달러로 줄었다. 주당순자산(BPS)도 9.6% 감소했다. 이는 버핏이 이 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최악의 기록이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벅셔 해서웨이 A주는 2007년 말과 비교해 34%나 급락했다. 미 모닝스타의 빌 버그먼은 "주주들은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