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미국 정부가 제시한 자구안 제출 시한인 30일 정오(현지 시간)가 임박하면서 크라이슬러 운명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밤 늦도록 계속된 연방정부 자동차 태스크포스와 채권단간 협상에서 상당수 채권기관이 채무 경감조치에 동의하지 않아 크라이슬러의 파산 신청이 불가피해졌다고 보도했다.연방정부는 일부 헤지펀드를 설득하기위해 69억 달러의 보증 채권에 대한 현금 지급규모를 당초 20억 달러에서 22억5000만 달러로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46개 채권기관 중 일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30일 오전 파산 보호신청을 통한 크라이슬러의 정상화 방안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면 부품 공급업체의 줄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취임 100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크라이슬러의 파산 여부와 관련,“30일 전보다는 매우 희망적이다”고 밝혔다.노조가 상당한 희생을 했으며 채권단도 잠재적인 양보안을 갖고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세부적인 게 확정되지 않아 예단할 수 없으나 과거보다 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이어 이전에는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게 신중하고 적절했을진 모르겠으나 그들이 그것을 사용해야 할지는 분명치 않아졌다”며 “크라이슬러가 설사 파산보호신청을 한다고 해도 그 기간은 아주 짧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방안을 밝히고 이후 파산보호신청을 전제로 피아트와의 협상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피아트가 우량 자산을 선별 매입하고 딜러망을 정비하기 위해선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이날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크라이슬러가 30일까지 이탈리아 피아트와 제휴 계약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간 제휴 계약은 정부가 크라이슬러에 추가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구조조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앞서 미 정부는 크라이슬러에 대해 이달 말까지 노조 및 채권단의 고통분담 합의를 이끌어내고 피아트와도 협상을 타결짓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이밖에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날 로버트 나달리 크라이슬러 CEO가 피아트 경영진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