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의 부채를 없애기 위해 크라이슬러 채권단과 미국 정부가 벌였던 협상이 29일 오후 결렬됐으며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가 30일 파산보호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협상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재무부가 69억달러(약 9조원)의 크라이슬러 부채를 탕감하는 대신 정부에서 지원할 금액을 20억달러에서 22억5천만달러로 높였지만 채권단에서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채권단 대표인 JP모건체이스는 정부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채권단 표결에 부쳤는데 헤지펀드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많아 이 제안이 부결됐다.

헤지펀드들이 정부 제안에 반대한 이유는 펀드에 따라 다양한데, 크라이슬러보다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에 더 많이 투자했거나 크라이슬러가 파산해도 신용파산스와프(CDS)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가 대표적이었다.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면 기존에 가졌던 환경 분담금 납부 의무나 영업망 유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크라이슬러와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인 이탈리아 동종업체 피아트가 더 유리한 조건에서 제휴에 나설 수 있게 된다고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주에 퇴직자 건강보험 기금에 대한 크라이슬러의 출연금을 줄이는 등의 고통분담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크라이슬러가 법정관리를 거쳐 튼튼해진 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크라이슬러가 청산될 가능성은 배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