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자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내세웠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선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외국 금융기관들이 긍정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금 버티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경제지표가 좋아진다는 전망에 따라 자칫 기업 구조조정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며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작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정부와 금융당국은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 부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괄적인 구조조정은 힘들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특히 사전적인 부실 정리보다는 기업 회생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대신 구조조정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가장 잘 아는 채권단이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손실 부담 때문에 부실기업의 퇴출에 소극적이고 별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기업 옥석 가리기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4분기 이후 경기가 가파르게 하강하면서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자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이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지금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다"며 "생존 가능한 기업은 살리고 도저히 안 되는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들로부터 기업 구조조정 추진 상황을 수시로 제출받아 현장 점검을 하고 구조조정이 미흡한 채권은행에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구조조정을 채권단에만 맡기지 않고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하고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을 사들이는 40조 원 한도의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의 조성을 담은 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그만큼 구조조정의 추진 여력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김 원장은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악화하고 기업 부실의 확산이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는 채권단 자율에만 맡긴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