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델리 CEO "진전 있다"..피아트와 협상 아직 불확실

미국 정부가 크라이슬러에 제시한 구조조정 요구조건 완수 시한인 30일(현지시간)이 임박하면서 크라이슬러의 운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자동차 '빅3'의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은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사안이지만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증시 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또 6월1일까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제너럴모터스(GM)의 회생 여부도 크라이슬러의 운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이슬러는 최근 노조 및 채권단과는 구조조정을 위한 고통분담에 대해 큰 틀의 잠정적 합의를 이뤘지만, 진행 중인 피아트와의 협상에서는 29일(현지시간)까지 아직 타결 여부에 관한 아무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나델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크라이슬러가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조건을 충족하는데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나델리는 재무부가 크라이슬러의 채권단인 4개 대형은행과 부채 69억달러 삭감에 합의했다고 확인하면서 "최종 승인된다면, 장기적인 성공을 향한 우리의 여정상 중대한 걸림돌이 제거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합의안이 모든 다른 채권단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과 재무부은 채권단이 현금 20억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크라이슬러 부채 69억달러를 삭감하기로 합의했으며, 현재 나머지 46개 채권자에 대한 설득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경제전문매체인 마켓워치는 나머지 채권자중 일부가 이런 합의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크라이슬러는 앞서 지난 26일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퇴직자 복지지금 지출부담을 줄이는 잠정 합의에 도달하기도 했다.

나델리는 "UAW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잠정 합의안을 승인했으며 각 지역 조합원들이 승인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조합원들의 투표로 가결되면 노조가 회사의 지분 55%를 갖게 된다.

크라이슬러가 이처럼 노조 및 채권단과는 고통분담 협상에 진전을 이뤄냈지만, 피아트와의 제휴협상에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정부의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파산보호 신청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 방안을 거부하고 30일의 시간을 주면서 제시했던 최우선 과제가 피아트와의 제휴타결이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는 애초 피아트의 소형차 기술 제공 대신 35%의 지분을 넘기는 방안등을 논의했었으나,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약이 언제쯤 완료될지 알지 못한다.

"라면서 지난 며칠간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성공적인 계약을 위해서는 난관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딜러들은 향후 파산 절차에 대비해 변호인을 고용하는 등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미 CNBC방송은 크라이슬러 딜러들이 파산에 대비해 법률회사인 '아널드&포터 LLP'를 법정대리인으로 고용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GM의 전국딜러협의회(NDC)도 법률회사 오릭 허링턴&수트클리프를 파산절차 진행에 대비한 법정대리인으로 고용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