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9일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함에 따라 민생 안정과 경기 부양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정부 제출안에서 5천억원 가량 줄어든 28조4천억원 규모지만 민생 및 고용 안전망을 두텁게 펼치고 경기 부양을 뒷받침하는 추동력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1년새 나랏빚이 60조원 가까이 불어나게 되면서 나라살림은 물론 지방재정에도 적신호가 들어온 만큼 재정 건전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 세수감액 그대로..공공근로 축소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세입 보전 11조2천억원, 지출 증액 17조7천억원 등 모두 28조9천억원이었지만 이날 의결된 추경예산은 지출 측면에서 감액 1조9천800억원, 증액 1조4천700억원이 이뤄지면서 17조2천억원으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총지출 규모는 기존 예산을 합쳐 302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사업별로 보면 애초 4조2천억원 규모였던 저소득층 생활안정 분야는 골격을 유지했지만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 가운데 일정 재산을 가진 20만가구를 대상으로 1천300억원으로 잡았던 재산담보부 융자사업이 절반 가량 감액됐다.

하지만 차상위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무상 장학금 지원을 위해 700억원, 소득3분위에 속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등록금 무이자 대출을 위해 250억원이 증액됐다.

교육 분야 지원액이 애초 2천억원에서 3천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모두 3조5천억원이 잡혀있던 고용 안정 분야에서는 이번 추경의 최대 사업이었던 2조원 규모의 희망근로프로젝트가 6천670억원이나 깎였다.

40만명이었던 대상 인원이 수요조사 결과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돼 25만명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사회보험료 감면에 1천185억원이 편성됐다.

또 돼지 인플루엔자(SI)에 대응하기 위한 833억원이 막판에 반영됐다.

◇ 17조원 더 풀린다..부양효과 있을까

이번 추경으로 이르면 5월부터는 17조2천억원 가량의 재정자금이 더 풀리게 된다.

정부가 예산 조기집행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며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한 추경예산까지 풀리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이미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를 기록하며 플러스로 전환된 상황에서 현금이 투입될 경우 소비심리 호전과 맞물려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추경 예산이 없을 경우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했던 -2%에 비해 0.7%포인트 추가 하락하겠지만 추경이 0.8%포인트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4분기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접고용 효과는 희망근로프로젝트 대상인원이 크게 줄면서 애초 기대했던 연간 기준 28만명에는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중소기업 지원과 4대강 등 미래대비 투자를 통해 4만~7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내년이나 되어야 기운을 차릴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SI까지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 회복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낙관은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국내에서도 일부 생산지표의 호전 조짐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설비투자는 여전히 큰 낙폭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기 하강 속도가 조금 완화되고 있을 뿐 경기 하강이라는 방향성은 그대로"라며 "현 상황에서 낙관적 진단을 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 재정 건전성 '비상'

추경 편성으로 재정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36조원을 넘는데다 국가채무는 366조원을 웃돌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육박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지방세수가 급감하고 있는데다 지방교부금 2조2천억 원이 감액됐다.

이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지방채 인수를 위한 공공자금관리기금을 8천억원 증액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내년 예산을 짤 때 강력한 세출 및 세입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성과가 낮은 사업은 축소 또는 폐지하고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비과세 및 감면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음성.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해 세입기반도 다질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