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에 대한 은행들의 재무구조 평가 결과 14곳이 불합격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형 해운사 중에선 4곳이 퇴출(D등급)되고 3곳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 C등급)에 들어가게 됐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29일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45개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한 결과 14곳이 불합격된 것으로 나타나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다만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불합격된 조선 · 항공사 등을 가진 곳이나 환율 등의 변수로 일시적으로 재무상황이 나빠진 곳 등 3곳 정도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합격 판정을 받은 그룹 중에도 과도한 인수 · 합병(M&A) 등으로 유동성이 나빠진 그룹은 약정체결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그룹을 확정하는 데 하루 이틀 더 걸릴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10여곳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정 체결 대상엔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오던 6곳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약정 대상이 된 그룹들은 다음 달 중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한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모든 기업을 들고 갈 수는 없다"며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당부했다. 김 원장은 "경기가 현재 바닥이 아니라 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기업들이) 부실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3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앞서 이처럼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엔 현재현 회장(전경련 경제정책위원장)과 이상대 삼성물산 대표이사(경제정책위원회 부위원장),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정태환 현대차 부사장,경청호 현대백화점 부회장,김종인 대림산업 사장,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재계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국가경쟁력강화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등 우리가 계획하는 모든 일들이 더 빠르게 속력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이심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