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28일 '2009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작년 말 가계의 금융 부채는 802조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금융 부채는 2005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601조4000억원이었으나 2006년 말 670조1000억원,2007년 말 743조원 등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부채를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작년 말 1.40배로 2007년 말의 1.36배에 비해 높아졌으며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 배율이 1.40배라는 것은 1.4년(약 1년5개월) 동안 번 돈을 쓰지 않고 꼬박 갚아야 부채가 해소된다는 의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 부채가 많은 주된 이유는 소득 대비 집값이 지나치게 높아 주택 관련 채무가 많기 때문"이라며 "현재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 부채를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2002년 말 1.21배,2003년 말 1.18배,2004년 말 1.13배,2005년 말 1.20배,2006년 말 1.29배 등이었다.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진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9%로 전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전년의 6.0%에서 3.5%포인트 떨어진 2.5%를 기록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돼 대기업의 부채 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2.5%로 2003년 102.4%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100%를 웃돌았다. 중소기업의 부채 비율 역시 69.1%에서 82.1%로 뛰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