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높아지는 보호주의 장벽에 대해 현지 진출 외국 기업들이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4조위안(약 880조원) 규모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은 물론 새로운 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27일 발표한 2009년 백서를 통해 "중국 정부의 보호주의가 올해 주요 우려 중 하나"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존 D 왓킨스 회장은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고 있다"며 "보호주의와 싸우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은 4조위안의 경기부양 수혜가 자국 기업에 돌아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중국이 정부조달시 외국 기업을 차별할 수 없게 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해 있지 않은 게 문제"라며 "(GPA 가입을 통해)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멤버임을 보여줄 때"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중순 정부조달관리 강화 지침을 통해 수입제품의 조달심사를 엄격히 하고 중국 내에서 조달이 가능한 제품은 모두 중국산으로 할 것을 전국 공공기관에 지시했다.
中 진출 美기업 "보호주의 장성 쌓지마라"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공개적으로 차별하는 산업에 경기부양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도 문제라고 월지는 보도했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잇는 고속철도에 외국 기술 사용을 불허한 게 대표적이다. 조르그 우트케 주중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 기업들은 독과점을 원하고 있다"며 "심지어 중국 정부를 가르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말 전인대(국회)에서 결정한 새 우편법은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우편물 배달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페덱스 DHL 등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외국 기업에 의한 시장잠식을 우려해 실시를 미뤄오다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최근 시행에 들어간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중국 장비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앞서고 있다고 월지는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규정 등을 들며 오히려 자신들이 보호주의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 중국산 제품을 무더기로 반덤핑 제소하는 등 피해자라는 것이다. 천더밍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이 이끄는 대미(對美) 구매사절단은 이날 워싱턴에서 시스코 등 미 기업들과 100억달러 규모를 웃도는 32건의 무역 ·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천 부장은 "이번 계약은 중국이 보호주의를 배격할 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이 해외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보호주의는 침체를 악화시킬 뿐이며,역사는 개방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3년 전부터 미국으로 구매사절단을 보내 △2006년 162억달러 △2007년 326억달러 △2008년 136억달러어치를 구매하며 큰손 행보를 보여왔다. 이를 두고 월지는 중국이 외국 제품을 대거 구매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행사라고 지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