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석유회사인 릴라이언스가 대규모 정유공장 증설을 끝내고 해외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쏟아내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공급 증가로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릴라이언스는 올초 하루 66만배럴 규모의 정유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시험 생산한 물량 일부를 국제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이 회사는 2분기 중 공장을 풀가동해 휘발유 등 · 경유 등 경질유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릴라이언스의 일일 정제량은 국내 에쓰오일(58만배럴)과 맞먹는 물량이다. 릴라이언스는 이 공장의 생산물량 대부분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수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큰 폭의 수출증가로 흑자전환 등 실적개선을 이뤄낸 국내 정유업계가 2분기 이후 인도발(發) 공급증가의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침체가 이어지면서 정유사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의 1분기 수출실적은 전체 매출의 58%에 달하는 4조6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비중은 작년 1분기 51%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인도 릴라이언스가 당장 2분기 중 증설 공장을 100% 가동하게 되면 공급증가로 휘발유 등 국제 경질유제품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단가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1~2월 반짝 상승한 단순 정제마진은 지난달 이후 마이너스까지 내려가는 등 '제로(0)'에 가깝다. 시장상황이 나빠지면서 SK에너지는 울산공장의 5개 원유정제시설(CDU) 중 하루 6만배럴 규모의 제1CDU 가동을 2주째 중단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수출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해외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릴라이언스의 공급물량 증가는 국내 정유업체의 2분기 이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릴라이언스 이외에도 베트남,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잇따라 정유공장 증설에 나섰다. 베트남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은 지난 2월 하루 14만8000배럴 규모의 원유 정제공장을 완공했다. 중국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는 2011년까지 하루 200만배럴 규모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도 2013년까지 생산설비 신 · 증설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해외 석유회사들의 증설에 대응해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도화설비 생산비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