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올 여름 일본에 현지은행을 설립,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신한은행은 27일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면허를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이변이 없는 한 한 달쯤 뒤에는 본면허를 받아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자본금 200억엔(약 2800억원)을 100% 출자해 설립할 현지법인의 이름은 SBJ은행(Shinhan Bank Japan)으로 정했다. 1982년 재일교포들의 투자로 설립돼 국내 4대 시중은행으로 성장한 신한은행이 27년 만에 일본에 '역진출'하게 된 셈이다. 일본에 현지법인 설립 면허를 받은 외국계 은행은 미국 씨티그룹에 이어 신한은행이 두 번째다.

신한은행은 1986년 3월 오사카를 시작으로 도쿄 후쿠오카 등 3개 지점을 설치하고 재일교포들과 현지 진출 한국 기업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신한은행의 일본 내 지점 3곳은 2009년 3월 말 현재 총자산이 1546억엔에 달한다. 대출은 1052억엔,예금은 759억엔 수준이다. 자금은 대부분 서울 본점에서 차입하는 형태였다.

신한은행의 일본 내 3개 지점을 흡수 · 통합해 출범할 SBJ은행은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현지인들을 상대로 대출 영업을 벌일 계획이다.

박중헌 신한은행 도쿄지점장은 "현지은행이 설립되면 한국 본점에서 돈을 빌려오지 않고 일본에서 예금을 유치해 대출하는 등 진정한 현지화가 되는 것"이라며 "아시아계 은행 중에서 한국의 신한은행이 처음으로 일본 내 현지은행 인가를 받게 된 것은 한 · 일 경제협력 관계에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현지은행이 되면 새로운 지점 개설이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돼 영업망 확충이 수월해진다. 해외에 본점을 둔 외국계 은행이 일본에 새 지점을 설립하려면 금융당국으로부터 1년여에 걸친 심사를 통해 승인받아야 하지만 현지은행은 신고만 하면 지점을 낼 수 있다.

전필환 신한은행 도쿄지점 부부장은 "현재 20~30%에 불과한 현지인 고객 비중을 5년 후까지 70~80%로 늘릴 것"이라며 "직원들도 현지은행 출신 위주로 채용해 완벽한 현지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본 내 유일한 외국계 현지은행인 씨티그룹의 경우 일본에서는 조달만 하고 운용은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하고 있다. 전 부부장은 "새 점포뿐 아니라 신규 상품을 취급하려고 해도 외국계 은행은 일일이 금융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이 같은 면에서 현지은행은 시장 변화에 훨씬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유창재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