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부채가 전년보다 7.9% 늘어난 80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의 금융 빚 증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도 하락해 채무부담능력이 저하되고 있다. 금융부채를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배율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고치로 솟았다.

한국은행은 "배율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다"면서 "배율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의 가계 채무 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하락으로 가계의 이자 지급부담이 줄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대규모 채무불이행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기업부문 역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채무부담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은 세계시장 수요위축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아 재무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됐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및 세계경제 침체의 여파는 계속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하고 재무건전성이 낮은 기업의 채무감내능력이 약화돼 도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올해 들어서 글로벌 유동성 경색이 완화되고 정책당국의 금융안정조치가 효과를 나타내면서 금융시장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다만 기업 등 실물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은 원활하지 못해 앞으로 신용시장 회복 속도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경제는 지난해 플러스 3%대 성장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며 국내경제는 세계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불안 지속 등으로 단기간 내에 성장으로 돌아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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