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업종별 1위 기업과 후발 기업 간의 격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BCG는 매출 10억달러 이상을 올리는 주요 7개국 글로벌기업 439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업종별 선두 기업 중 55%가 2007년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27일 밝혔다. 업계 2~3위,4위 이하 기업들 중 같은 기간 매출이 늘어난 곳은 각각 40%와 22%에 그쳤다.

업종별 선두 기업들은 수익성에서도 후발 기업들을 능가했다. 업계 1위 기업 중 58%는 지난해 수익률이 2007년을 앞섰다. 반면 3위 이하 기업이 수익을 높인 경우는 21%에 불과했다.

BCG는 이 같은 차이의 이유로 업계 1위 기업일수록 CEO(최고경영자) 대부분이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인식,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꼽았다. 일부 선두 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 등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들이 주로 쓰는 경영 기법을 도입,임직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동원했다. 반면 업계 순위가 낮은 기업들은 자사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후발 기업 대다수가 경기침체 대응책을 뒤늦게 마련한 것도 미래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라는 게 BCG 측 분석이다.

데이비드 로즈 BCG 컨설턴트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업종별 선두 기업들이 후발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이번 조사 결과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위권 기업은 시장 선도 기업에 비해 큰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며 "선두 업체의 점유율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한층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BCG는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대처하는 방법은 대체로 엇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선두 기업들은 거시경제 동향을 면밀히 관찰한 뒤 예산과 사업계획을 분기 단위로 수정한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생산설비 감축,인력 구조조정 등에 치중한다는 점도 일치한다. 실적이 나쁜 사업은 매각한다. 손을 대지 않는 유일한 지출 항목은 R&D(연구개발)다. 불경기 이후 기업을 성장시킬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R&D를 오히려 강화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편 경제 위기로 인한 실적 악화에도 불구,대부분의 기업은 2009년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해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40%에 달했으며 3분의 1 이상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전제로 한 예산안을 짠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현재 취하고 있는 경제위기 대응책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이 많았다. 응답 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위기에 대한 자사의 대응 속도,대응 방안의 수준,경영진과 중간 관리자들의 경제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럽다' 혹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55%는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회사가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